[현장에 가다] 시신 기증자 추모 해부제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16일 개최

2015-03-11     임명진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옛 의과대학)이 16일 제33회 해부제를 개최했다.

해부제는 해부실습·의학연구용으로 시신을 기증한 고인과 유족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엄숙한 행사다.

해부학은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

올해 경상대학교 의전원 학생들이 실험 실습에 이용할 시신은 9구다. 연간 필요한 해부실습용 시신은 8~9구로 수급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현재 경상대학교 의전원에 시신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은 900여 명에 달한다. 모두 자발적 기부의사에 따라 이뤄졌다.

의전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신 기부가 거의 없어 무연고 시신을 활용하곤 했지만 지금은 사회전반의 기부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발적인 기부의사에 따라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 시신을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습 교육에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에 무연고자 시신의 교육·연구용 활용을 허용한 내용을 삭제한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동안은 인수자가 없는 무연고자의 시신이 있을 경우 절차에 따라 의과대학이 교육이나 연구에 시신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생전에 시신기증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논란 등이 일었다.

기증된 시신은 1~2년간의 실습과 연구에 사용된 후 화장 처리를 거쳐 유족에게 돌려주거나 생명존중실에 영구 보존하게 된다.

경상대학교는 지난 2010년 3월 납골 시설인 생명존중실을 개관해 해부실습에 사용된 시신 230여 구를 안치하고 있다.

모든 시신이 기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 19세 이상으로 사고사의 경우에는 외형 등 신체의 손상이 없어야 한다.

장기기증과는 달라서 장기기증을 한 후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시신기증은 어렵다.

 

의전원 관계자는 “장기기증은 뇌사상태라든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돌아가신 후 이뤄지는 시신기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기기증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에서 주관하는 반면, 시신기증은 각 지역의 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시신기증은 신체가 온전할 경우라면 기증에 큰 하자는 없다. 다만 보험 처리 등의 법률적 문제는 없어야 한다.

그렇게 기증된 시신은 장례를 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겨진다.

해부제는 그 해의 해부 실험·실습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경상대학교 의전원의 경우 80명의 학생이 시신 한 구당 10여 명의 학생이 실험과 실습에 참가하게 된다.

해부학 실습 참가는 법적으로 의대나 치대, 한의대 등 의사면허가 발급되는 분야에 한한다. 간호계열 등은 관찰은 가능하되 실습은 할수 없다.

10년 전만 해도 해부 실습은 연중 이뤄졌으나 최근엔 해부제부터 8월 말까지 실험과 실습이 진행된다.

실험·실습이 끝난 시신은 이후 화장돼 유족에게 인계되나 뜻에 따라 생명존중실에 안치할수도 있다. 이 경우 보관료는 받지 않는다.

예전에는 고인의 의사가 있어야만 가능했지만 최근엔 유족의 승낙시에도 시신 기증이 가능해 졌다.

조경제 의전원 해부학교실 교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약 30여 과목을 이수해야만 졸업과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면서 “해부학은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해부학을 거치지 않고서는 훌륭한 의사가 만들어 질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교수는 “해부학 실험과 실습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라는 의료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질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