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고백성사 (김종철 시인)

2015-04-05     경남일보
고백성사 (김종철)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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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의 끝은 날카롭다, 규범의 잣대위에 난타당한 저 생채기들,
스스로였든 일상의 탓이었던 모두의 가슴팍에 못대가리의 눈들이 앙징히 빛난다
그 깊숙한 아픔의 잔해가 참회의 큰 사발을 채워 넘치는 동안에도 예수의 손바닥은 못으로 채워져 있다.
종일 온 몸에 바람소리 숭숭하다.(주강홍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