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문서에 국적 불명의 외국어 천지

2015-04-06     경남일보
세종대왕이 반포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긍지인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을 우리는 점점 소홀히 하고 잊어간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디지털문화 확산과 국제화시대에 다양한 언어사용은 불가피한 점도 있다.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외래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터이다.

하나 진주 각급 기관의 사업장 명칭과 관련, ‘테크노파크, 바이오산업연구원, 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그린카부품진흥원’ 등으로 우리말처럼 공식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진주시는 국어진흥조례를 입법예고를 거쳐 공표·시행했다. 공무원들은 조례 제정에 따라 각종 공문서에서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 등의 외래어 남발을 자제하고,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하는데 앞장서게 된다. 진주시청과 직속기관, 읍면동, 사업소, 출자·출연기관 등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하거나 제작한 문서, 명칭, 표지판, 각종 홍보물 등이 조례의 적용대상이다.

외래어의 남용과 홍수 속에 질식당하고 있는 한글을 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그래서 진주시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신조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외래어 등으로 된 기존 공공기관의 명칭과 정책 등은 계속 한글로 개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수한 한글을 외면, 공공기관 공문서에 국적 불명의 외국어가 천지라는 것은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우리말과 글을 이렇게 홀대해선 안 된다. 더욱 사랑하며 갈고 다듬어야 한다. 일상생활과 문자생활에 뼛속까지 스며들게 해야 한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사이 무의식 중에 한글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