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반딧불이 복원에 대한 정성과 열정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2015-04-09     경남일보
예닐곱 평 크기의 인공사육실이었다. 문을 열었더니 눈앞에 한여름밤의 은하수가 펼쳐졌다. 몇 백 마리의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영남대학교 생물학과 장갑수 교수의 연구실이다. 몇 년 전 창원시 성산구 사림동에는 반딧불이라는 주민모임이 있었다. 이분들과 함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사격장과 창원대 기숙사 사이에 있는 저수지에 갔다. 그러나 국도 25호선 개통과 고층 기숙사 준공 이후로는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복원의 필요성을 느낀 녹색창원21실천협의회는 2014년 4월 25일, 장갑수 교수를 초청해 반딧불이 복원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이날 강의를 통해 나는 환경부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으로 반딧불이의 인공사육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한창 때에는 이곳 인공사육실에 천 마리 이상이 날아다녔는데 나는 뒤늦게 방문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창원에 반딧불이가 살고 있을 만한 장소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이제 도심지는 더 이상의 어둠을 용납하지 않는다. 6월초 사격장 첫 방문에서는 볼 수 없었다. 며칠 후 다시 갔다. 양쪽에서 비춰지는 야간조명과 좁은 등산로가 있어서 이제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되돌아 나오려고 할 때 구석진 곳에서 깜박거리는 불빛을 발견했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창원에서 두 군데, 진해에서 두 군데를 찾을 수 있었다. 일년 전에 보았다는 말만 듣고 밤늦게 찾아갔는데 한참을 헤매다가 다행히 몇 십마리를 보았을 때는 더할 수 없이 반가웠다. 느린 불빛이 깜박거리는 광경은 마치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지난 2013년 3월, 일본 야마구치시를 방문했을 때였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자그마한 도랑이 있었다. 이름이 이치노사카가와였다. 수질은 1급이었다.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도 많다고 했다. 한글로 만든 관광지도에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까지 열리는 반딧불이 축제는 시원한 밤바람에 춤추는 반딧불이가 멋지다고 적혀 있었다. 도랑 옆에는 오래된 2층 건물이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까 겐지반딧불이 인공양식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반딧불이의 일생에 대한 그림과 함께 이 우물물로 반딧불이를 사육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국내에도 모범적인 지역이 있다. 예를 들면 푸른천안21실천협의회는 지속가능성 지표를 설정하고 매년 모니터를 실시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43개의 지표 중에는 반딧불이 서식지 및 개체수가 포함돼 있다. 2011년부터 매년 6월 초순부터 7월 초순까지 5~6회씩 광덕산 일대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 200여 개체를 확인했다. 4년 간의 모니터에 의하면 광덕산에는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디, 늦반디, 운문산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으며 반딧불이의 출현시기가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천안의 기온상승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야마구치시에서는 우물물로 반딧불이를 사육하는 모습에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지극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천안시 사례에서는 반딧불이의 최초 출현시기를 매년 비교할 정도로 반딧불이 복원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창원시에는 추측컨대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곳이 10여 군데는 족히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반딧불이를 자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생태해설사, 환경교육활동가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창원시에서는 도시개발, 환경보전, 공원조성, 관광진흥 계획을 수립할 때에 반딧불이 복원과 서식환경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