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을 살리는 문화

곽동민 기자

2015-04-13     곽동민
하나의 화폭에 단 하나의 붓. 티 없이 하얀 여백과 간결한 점 하나가 만나 정확히 일치하며 동조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 현대미술계 거장’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상시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이 지난 10일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부산시는 이우환 작가의 전용 갤러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5년 간 공을 들였다. 지난 2011년 작가가 경남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연고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가 작가의 사양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부산시는 47억여 원을 들여 2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용 갤러리 건립을 완성시켰다. 국내에서 이우환 화백의 개인미술관이 지어진 곳은 부산이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지어진 곳은 일본의 ‘예술섬’으로 불리는 나오시마다. 미술관 설계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았다. 함안 군북면에서 태어난 이우환 작가 최초의 개인미술관이 일본의 섬마을에 지어져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우환 작가의 미술관을 건립하려는 시도는 부산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대구시가 두류공원 안에 미술관을 건립하려 했다. 1970년대, 작가가 대구에서 열린 현대미술제에 출품했고 교류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수년째 답보상태.

영암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씨는 평생 모은 2200여 점의 미술품을 광주시에 기증했다. 이 중 이우환 작품도 35점에 이른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작가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광주가 됐다. 이우환 작가는 최근 4년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낙찰 총액기준으로 생존작가 중 43위로 세계 미술계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일본, 부산, 광주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의 고향 함안에서도 만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자체들이 앞다퉈 그의 미술관을 건립하려는 이유는 바로 우리 지역을 살리는 힘이 문화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