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지도층 자살 충격’과 판도라상자

이수기 (논설고문)

2015-04-13     경남일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명예가 실추된 것에 대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처벌한 그의 정신을 보면 안타깝다. 수없이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린 채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그의 죽음 앞에 그보다 더 많이 부끄러워해야할 자들은 버젓이 살아 있다. ‘친박계’ 핵심인사의 메모장 뇌물에 사실이 아니라면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자가 있다면 산 자가 죽은 자를 욕되게 하는구나 싶을 뿐이다.

▶부패·비리관행이 점차 사라지면서 지도층 인사들이 사회적 압력과 수치를 감당하지 못해 죽음을 택하고 있다. 지도층의 자살은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 순식간에 실추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충동자살이라 보인다.

▶형사재판에서 구속된 피고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철창 안에서 믿을 것은 오직 변호인밖에 없더라는 말을 한다. 가족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고, 오직 자신을 위해 법정에서 변론해주는 변호사만이 유일한 의지처가 되더라는 것이다.

▶잇따른 ‘지도층 자살 충격’이 수시로 전해진다. 고위자 중 뇌물의 사실이 드러난다면 할복자살하겠다고 큰소리쳤다가 검찰수사 결과 사실로 들통나자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일관한 적도 있었다. 거짓말을 잘해야 유능한 사람이 되고, 못하면 무능한 사람이 되는 사회가 한국사회 아닌가. 검찰수사에서 ‘실세 게이트의 판도라상자’를 꼭 열어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