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들기
이홍식 (수필가)
2015-04-15 경남일보
줄지어 서행하는 차들을 무시하고 가장자리 갓길로 신나게 달려와 입구에 와서는 왼쪽 깜빡이를 넣으며 막무가내로 끼어드는 것이다. 양보하기 싫으면 어디 부딪혀 보라는 듯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거의 막무가내다. 그러는 중에서도 보기가 싫은 것은 누가 손해를 많이 보는지 어디 한 번 해보라는 것처럼 위세를 부리는 화물트럭이나 고급차의 횡포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때로는 예외가 되는 경우도 있다. 끼어들더라도 창문을 내리고 손으로 미안함과 감사의 표시를 하며 양해를 구하는 경우다. 그러면 대부분 양보를 한다. 그것은 이미 운전자가 차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기 때문이다.
일의 크기나 성격이 다를 뿐 국가나 사회·정치와 종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왜 끼어드는 것일까. 그것은 남보다 내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바둑이나 장기도 직접 두는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지면 끼어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과 실력이 엇비슷해지거나 더 높아지면 그때부터는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약소국이 강대국이 하는 일에 끼어들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러나 국력이 비슷해지고 더 우월해지면 끼어들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종교도 내가 믿는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정치나 종교를 떠나 우리도 끼어들기로 혼란이 생기는 일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그것은 남들보다 더 편하고 더 빨리 가기 위해 갓길을 달려 끼어드는 운전자의 마음과 다름없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가졌다는 생각으로 남의 일에 끼어드는 오만함이 우리 발목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스스로 눌러 다스리지 못하는 한 끼어들기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이홍식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