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 ‘개량한복(?)’ 구설수

2015-04-16     허훈
[말숲산책] ‘개량한복(?)’ 구설수
 
얼마 전 ‘김기종, 미 대사 마크 리퍼트 테러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이번에는 그가 입은 한복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 방송사에서 이를 다루면서 ‘김기종 개량한복이 구설수에 올랐다’란 요지의 말과 함께 자막을 띄웠다. 방송 말을 하면서 시청자가 읽을 수 있도록 화면에 ‘개량한복’이란 표현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입기 편하고 고유의 멋을 살린 한복을 ‘개량한복’이라 하니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개량’이란 낱말이 영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개량(改良)이란 ‘나쁜 점을 고쳐 좋게 하다’의 뜻이다. 나쁜 점을 보완하여 더 좋게 고친다는 말이다. 농기구 개량, 품종 개량 등으로 쓰인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편리하게 맞춘 한복은 옛 어른들이 입던 한복이 좋지 않아서 고쳐 입는 것이 아니고, 면면히 내려오는 우리 옷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실에 맞게 접목한 형태다. 옛 전통한복을 오늘날 개량한복으로 표현한다면, 우리 스스로 한복이 좋지 않았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단지 요즘 생활에 좀 불편하다 해서 옛것을 나쁘다고 몰아세워서야.

선조들이 입던 한복과 현대생활에 편리하게 바꾼 한복은 ‘전통한복’, ‘전승한복’으로 구분해 부를 수 있다. ‘전승한복’을 ‘생활한복’이라 해도 별 무리가 없겠다. ‘김기종 개량한복’으로 한복 이미지를 먹칠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되겠지만, ‘개량한복’ 표현으로 한복의 멋스러움과 품위를 손상시켜서도 안 될 말이다. ‘김기종 개량한복’으로 불거진 한복 논란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개량한복’이 구설수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 ‘생활한복’을 ‘개량한복’이라 하니 말이다.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한복이 아직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