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 ‘설레임’ 먹으면 설렐까?

2015-04-23     허훈
[말숲산책] ‘설레임’ 먹으면 설렐까?


방송광고나 상품명, 상호 간판 등의 잘못된 표현은 우리 말글을 오염시키는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방송 말은 당연히 표준어를 구사하고 한글 맞춤법에 맞아야 한다. 방송광고 역시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틀린 상품명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면서 말글살이를 어지럽게 한다. 맞춤법에 어긋난 상호 간판도 두고두고 바른 언어생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 가운데 눈살 찌푸리게 하는 상품명 하나를 들라치면 짜 먹는 아이스크림인 ‘설레임’이다. ‘설렘’을 ‘설레임’으로 둔갑시켰으니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설레다’를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로 풀이하고 있다. ‘설레다’의 어간 ‘설레-’ 뒤에,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 ‘-ㅁ’이 결합된 형태는 ‘설렘’이다. 그런데도 ‘설레임’으로 잘못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설레이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들뜨는 것은 내 스스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지, 누가 나에게 설레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피동 접사 ‘이’가 붙을 이유가 전혀 없다.

‘설레이다’란 말은 없다. ‘설레임’도 없다. 당연히 설레이어, 설레이니 등으로 활용할 수 없다. 기본형 ‘설레다’에서 설레어(설레), 설레니 등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설레다’의 명사형은 ‘설레임’이 아니라 ‘설렘’이 된다. ‘설레이다’와 같이 습관처럼 ‘이’를 덧붙여 잘못 쓰는 말이 ‘되뇌이다’다. 이는 ‘되뇌다’가 바른말이다. 기본형이 ‘되뇌이다’가 아니라 ‘되뇌다’이므로 되뇌고, 되뇌어로 활용한다. 이제는 ‘설레임’을 먹으면 설레지 않는다. ‘설렘’이면 몰라도.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