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 선거를 치루다니?

2015-04-27     허훈
[말숲산책] 선거를 치루다니?

선거철만 되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낱말 중의 하나가 ‘치르다’다. 선거를 치를 때면 후보자는 마음 졸이고, 유권자는 당당하다. ‘무슨 일을 겪어 내다’란 의미를 지닌 ‘치르다’도 유권자 못지않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치르다’를 쓰지 않고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치르다’의 낱말 잔치가 벌어지는 날이 선거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하자면 ‘선거’와 ‘치르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런 만큼 선거는 공명정대하게 치러야 하고, ‘치르다’도 어문규범에 맞게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선거판은 늘 뒷말이 무성하고, 덩달아 ‘쓰이다’의 쓰임새도 한바탕 홍역을 치르곤 한다. 마치 둘이 짜 맞춘 듯, 그 몰골이 말이 아니다. 선거를 치루는가 하면 선거를 치뤄 왔기 때문이다. ‘치르다’는 ‘으불규칙 활용’하는 동사로서 어간에 자음어미가 붙으면 ‘르’가 그대로 살아 있고, 모음어미가 붙으면 ‘르’가 ‘러’ 따위로 바뀐다. 따라서 ‘치르고·치르니·치러라·치렀다’ 따위로 써야 한다. 그런데도 ‘치루고ㆍ치루니ㆍ치뤄라ㆍ치뤘다’ 등으로 잘못 쓰고 있어 문제다.

‘치르다’와 같이 잘못 쓰기 십상인 낱말이 ‘잠그다, 담그다’이다. 이도 ‘잠궈, 담궈’로 표기하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틀렸다. 기본형이 ‘잠구다, 담구다’라야 가능하다. 기본형은 ‘잠그다, 담그다’이므로 ‘잠가, 담가’로 써야 한다. ‘치르다’는 ‘치루다, 치뤄’처럼 어떠한 경우에도 ‘루’로 바뀌지 않는다. ‘잠그다, 담그다’도 마찬가지다. 4·29 재·보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져야 한다. 더불어 치루는 선거가 아니라 치르는 선거라야 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