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人之下 萬人之上자리, 가문수치라니…

이수기 (논설고문)

2015-04-28     경남일보
입신출세하여 이름을 드높인 자를 가문의 영광이라 한다. 현재 총리는 조선시대의 영의정으로 우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 한다. 하나 영의정 자리도 부끄러운 행실과 사악한 간계로 그 이름을 날린다면 가문의 수치가 된다. 국무총리는 국정의 2인자로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역할을 맡도록 헌법이 규정, 대통령이 궐위됐을 때는 권한대행도 맡는다.

▶‘성완종 리스트’란 ‘죽은 사람의 돈 준 메모’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거짓말이면 ‘목숨을 걸겠다’던 인사도 슬그머니 물러났고, 다른 권력자들은 검찰의 칼끝만 바라보고 있다.

▶인간은 원래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돼 있다고 한다. 하루에 10번에서 많으면 200번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난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나 그 말 자체가 거짓말대회 1등감이다.

▶‘성완종 파문’에 휩쓸려 휘청거리던 이완구 총리가 취임 63일 만에 사의를 밝혀 70일 만에 이를 수용, 역대 총리로는 사실상 최단명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6번째 총리후보에 고사(固辭)자도 있다 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잘못 앉았다가 가문의 수치가 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한심한 이 풍경이 ‘진짜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