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 운전을 가리치면 안 돼

2015-05-04     허훈
◈말숲산책- 운전을 가리치면 안 돼

흔히 하는 말 가운데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각각 한 자씩 뒤섞어 ‘가리치다’, ‘가르키다’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또 그 의미를 혼동해 쓰기도 한다. ‘저는 지금 초등학교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리치고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앞 문장은 ‘가르치고’를 ‘가리치고’로, ‘가리키고’를 ‘가르키고’로 잘못 표기한 예이다. 이런 오류는 일상 화법에서 종종 발견된다. 특히 ‘가르치다’를 ‘가리치다’로 말하곤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가르치다’는 ‘그는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쳤다.’, ‘그들은 청소년들에게 신학문을 가르쳐 줌으로 해서 힘을 기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안수길, 북간도>>처럼 어떤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운전을 가리쳤다.’, ‘~신학문을 가리쳐 줌으로 해서~.’로 표기해서도 안 되고 말해서도 안 되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저런 놈에게는 버르장머리를 톡톡히 가르쳐 놓아야 한다.’와 같은 데에 쓴다.

‘가리키다’는 손가락 따위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하거나 알리는 말이다. ‘시곗바늘이 이미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또 ‘모두들 그 아이를 가리켜 신동이 났다고 했다.’와 같이 어떤 대상을 특별히 집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낼 때도 쓴다. 즉 ‘가르치다’는 ‘지식, 이치 따위를 익히게 하는 것’이며, ‘가리키다’는 ‘방향을 알리는 것’이라고 구분하면 된다. ‘가리치다, 가르키다’란 말은 없다. 표준어는 ‘가르치다, 가리키다’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