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주인공'이 넘쳐나야

2015-05-14     허훈
◈말숲산책-'주인공'이 넘쳐나야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주인공’이라 한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세상살이에 그게 쉽지 않다.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지덕체를 갖춰 여러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추진력 또한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시합에서 우리 팀을 이끈, 돌풍의 주인공이었다.’ 돌풍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또 얼마나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겠는가.

‘주역’도 마찬가지다. ‘그는 팀이 우승을 하는 데 주역이 되었다.’에서 주된 역할, 또는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주역’이라 한다. ‘주역’은 ‘주인공’과 같이 긍정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그러면 ‘장본인’은 어떨까. ‘어떤 일을 꾀하거나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이라는 뜻의 ‘장본인’은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철수는 영희를 불행하게 만든 장본인이다.’의 문장에서처럼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첫 여성 주필이 탄생했다. 50대 중반의 영희가 그 장본인이다.’와 같이.

사전적 풀이와 용례로 볼 때 ‘장본인’은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이고, ‘주인공’은 긍정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그래서 ‘청소년은 미래의 장본인이다.’가 아니라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다.’라 표현해야 제격이다. 주인공을 장본인이라 할 때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왜일까. ‘장본인’이란 말에 부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말글을 지켜야 할 주인공(주역)은 바로 우리다. 주인공이 많을수록 나라가 발전한다. 장본인보다 주인공이 넘쳐나길 바라는 이유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