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탁본 (고경숙 시인)

2015-05-17     경남일보
탁본 (고경숙 시인)



사랑에 눈먼 그가

돌아서서 나를 기다리네



인기척 없이 뒤로 다가가 꼭 안으면

탕탕 솜방망이로 심장을 두드리며

그의 등에 탁본되는 나,



심장과 심장

입술과 입술이

이념보다 더 붉게 각인되어



지체된 사랑에 빠진 내가

삶의 제재가 되어버린

그의 시선과 음성을 해독하느라

절반의 몸이

먹물로 흘러내려도 좋으리



내 몸에 꼭 맞는

내 맘에 꼭 맞는



*흰 담벼락에 장미가 붉다, 열정은 꽃으로 피었고 늦은 5월은 태양을 더 달군다.

등짝에 와 닿는 봉긋한 가슴의 박동에 융기하는 촉수들은 지금 전율중이고 전도중이다.

비문 같은 속내를 더듬는 숨결에 온 몸이 자지러지며 스며든다. 사랑은 자기 셈법이다, 환장할 봄날이다.(주강홍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