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붙여 쓸 '수밖에'

2015-05-18     허훈
◈말숲산책-붙여 쓸 '수밖에'

한글 맞춤법에서 띄어쓰기만큼 어려운 게 없다. 그래서 ‘우리말 퀴즈’ 달인을 뽑을 때에 마지막 단계에서 띄어쓰기 문제로 승부를 가르곤 한다. 띄어쓰기는 원칙도 복잡할뿐더러 낱말 하나하나를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계를 유지하다’란 뜻의 ‘먹고살다’란 한 낱말을 ‘먹고∨살다’로 띄어 쓰는 일이 다반사다. 그 중 가장 많이 오류를 범하는 게 ‘수밖에’이다. ‘수’와 ‘밖에’를 띄어 ‘수∨밖에’로 해야 할까, 아니면 붙여 써 ‘수밖에’로 해야 할까, 망설일 때가 적지 않다.

‘수밖에’는 의존명사 ‘수’에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 ‘밖에’가 이어진 구조다. 여기서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나도 할 수 있다, 먹을 만큼 먹어라, 그가 떠난 지 오래다’의 문장에서 ‘수, 만큼, 지’가 의존명사로 띄어 쓴다. 의존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의존하여 명사적 기능을 담당하므로, 하나의 단어로 다뤄진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조사는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단어 뒤에서 종속적인 관계로 존재한다. ‘꽃마저, 꽃밖에, 꽃에서부터’에서 ‘마저, 밖에, 에서부터’가 조사로 그 앞말에 붙여 써야 하는 것이다. ‘수밖에’는 ‘수(의존명사)+밖에(조사)’로 항시 붙여 써야 한다. 이제 ‘내가 갈 수 밖에 없다’처럼 ‘수’와 ‘밖에’를 띄어 쓴다면, 띄어쓰기 원칙에 어긋난다. ‘내가 갈 수밖에 없다’로 해야 맞다. 이처럼 ‘수밖에’는 붙여 쓸 수밖에 없다. 정 헷갈린다면, ‘수밖에’를 한 낱말로 생각하면 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