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주례를 서며

이홍식 (수필가)

2015-05-20     경남일보

결혼을 앞둔 아들이 “아버지, 저희들 주례를 아버지가 하실 수 없습니까? 요즘은 양가 부모들이 직접 자식의 주례를 서는 게 유행이라는데요.” 나는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했다. 결혼식 날 주례사를 대신해 직접 쓴 글을 신랑·신부에게 읽어주었다.

‘인생이란 네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잠시도 멈추지 않고 가야 하는 먼 길이다. 사람마다 가야 할 길의 길이는 다르겠지만 가다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은 끝까지 가야 한다. 서로 짝을 만난 다음의 인생은 죽음이라는 결승점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은 것이다. 그 길에서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은 사람이 스스로 만든 축복이며, 먼 길을 가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고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 먼 길을 달려야 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입을 옷도 아니고, 격려나 찬사의 말도 아니고, 네 발에 꼭 맞는 신발이다. 먼 길을 달려가려면 화려한 것도,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처음 신을 때 남들 앞에서 잠시 자랑스러울지는 몰라도 발에 맞지 않는다면 얼마 못 가 발바닥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겨 계속 달릴 수가 없다.’

나는 짝을 만나고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인생은 부부가 함께 손잡고 뛰어야 하는 마라톤과 같다고 했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힘들 때 서로 위로해가며 함께 달려야 한다. 부부라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잡은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일방적이라 할지라도 항상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결승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에는 누가 먼저 도착해서도 안 되고 또 뒤처져서도 안 된다. 둘 중에 한사람이 얼마만큼을 가던 그때까지는 함께 달려야 한다.

이처럼 평생의 짝을 만나는 것은 서로가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아 신는 것이라면,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어떤 신발을 선택해야 하는지 두 사람은 이제 판단할 나이가 됐다. 남에게 과시하는 것은 잠깐의 허영심으로 마음만 들뜨게 할 뿐, 인생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좋은 신발이란 언제 어느 때 신고 달려도 내 발이 편하면 그것이 전부다. 진정한 부부의 모습이란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 때쯤이면…. 가장 소중한 것이 서로의 신발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홍식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