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꿈과 행복지수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2015-05-26     경남일보
미국의 어느 가난한 가정에서 똑같이 자란 형제 중 형은 훗날 기초생활수급자 처지가, 동생은 훌륭한 대학교수가 됐다. 그들이 자란 집에 걸려 있던 ‘Dream is nowhere’(꿈은 어느 곳에도 없다)라고 써진 액자를 보며 형은 삶을 비관하며 살았지만, 동생은 그 글을 ‘Dream is now here’(꿈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읽으면서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고 한다. 이처럼 꿈을 가진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셰이카 모자 카타르재단 이사장은 지난주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의 교육이 한국 경제를 바꿔 놓았고 교육만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7월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을 100으로 기준하는 유니세프 모델의 ‘주관적 행복지수’ 추이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스스로의 행복지수를 74.0으로 평가했다. 거기에다 국제 NGO인 ‘세이브더칠더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주 발표한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조사국 15개국 중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외모와 신체, 학업성적과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최하위였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은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할 것이지만 많은 인간은 왜 행복하지 못할까.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라는 샤덴프로이드(Schadenfreude)이나 ‘강자에 대한 약자의 울분’인 르상티망(ressentiment)처럼 남들이 행복해서일까. ‘행복하지 못한 삶의 이유’를 숱한 전문가들이 거론했었지만 나는 ‘꿈의 부재’라고 말하고 싶다.

꿈이 있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한 단편적 노력은 하루를 즐겁게 할 것이고, 총체적 실천은 개인의 행복지수를 크게 높일 것이다. 가수 인순이는 ‘거위의 꿈’이란 노래에서 거위도 날려는 꿈이 있기에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다’고 했다. 거위도 그럴진대 인간은 오죽하랴. 꿈이 없거나, 허황한 꿈만 좇아 망상에만 젖어 있으면 일상은 무료하고 건조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졸 수밖에 없고 어른들은 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꿈을 가지고는 있는지요?”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