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소주 (조말선 시인)

2015-06-14     경남일보
소주 (조말선 시인)



투명한 처녀의 마개를 땄다

첫경험의 짧은 신음이 있은 후

잔을 채웠다

잔이 차오를수록

환하게 열리는 세상

엄지와 검지로만 가볍게

들어 올렸다

목을 젖히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독한 순수에

증류되지 않은 세상이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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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찰나를 포착한 은유의 저 빛나는 감성이 소주잔보다 맑다

목젖을 적시고 경련으로 오는 언어의 이중적 구조 속에 함의가 있는 시 한 편. 상상의 공간 속에 여백을 숨겨둔 시적 기법이 평설을 주저케 한다. 감상은 순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주강홍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