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곧 '뵈요'하면 못 봬

2015-06-24     허훈
◈말숲산책-곧 '뵈요'하면 못 봬

요즘 신문을 볼라치면 외국어 전성시대를 방불케 한다. 영문 약자는 기본이고, 아예 외국어로 표기하거나 뜻이 아리송한 국적 불명의 말도 나돈다. 그 탓에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때가 더러 생긴다. 그래도 좀 나은 면이 있다면 외국어 회화 코너이다. 보통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세 나라의 일상회화와 그에 따른 한글 해석을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쉽게 따라 읽을 수 있도록 발음까지 달았다. 국제화와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난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으나, 그에 따른 우리말 해석에서 이따금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표기가 가시처럼 돋쳐 있어 개운치가 않다. 한 예를 보자. ‘See you soon. : 곧 뵈요.’, ‘See you then. : 그때 뵈요.’ 헤어질 때 하는 인사로 ‘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를 줄여서 ‘뵈요’로 잘못 활용하는 바람에 탈이 난 것이다. ‘뵈다’는 뵈어, 뵈어도, 뵈어서, 뵈었다로 활용한다. 이 단어들을 줄이면 뵈어(봬), 뵈어도(봬도), 뵈어서(봬서), 뵈었다(뵀다)로 된다.

위의 예문에서 ‘뵈요’는 ‘봬요’로 해야 맞다. 즉 ‘뵈다’에 ‘어’가 결합하여 ‘뵈어/봬’로 바뀐 후, 듣는 사람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붙어 ‘뵈어요/봬요’가 된다. ‘봬요’의 기본형은 ‘뵈다’로 ‘봬요’는 ‘뵈어요’의 줄임말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문제)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에서 ‘뵈었을 때’를 줄이면 다음 세 개의 보기 중 어느 것이 맞을까. ①뵀을 때 ②뵜을 때 ③뵙을 때. 정답은 ①번이다. ‘뵈었을’이 줄어든 말이므로 ‘뵀을’로 써야 한다. ‘선보다’의 사동사인 ‘선보이다’의 준말 ‘선뵈다’도 ‘선뵈어/선봬, 선뵈니’로 활용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