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마을벽화 사업

강동현 (지역부장)

2015-06-28     강동현
얼마 전 진주시내의 한 골목이 청소년 탈선장소로 방치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로 세간에 이목을 끈 일이 있었다. 그 이후 담배 꽁초와 쓰레기들이 버려져 지저분한 후미진 이 거리가 민·관의 노력으로 산뜻한 도심 명소(?)로 바뀌었다. 일명 ‘셉테드(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활동)’ 기법이 도입된 훌륭한 사례가 됐지만 여기엔 ‘벽화 그리기’ 사업도 한몫을 했다.

▶요즘 전국에 벽화 그리기 사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벽화마을’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지역이 등장한다. 우리가 사는 경남에도 통영 동피랑마을, 마산 가고파 꼬부랑길 등 크고 작은 벽화마을 명소가 있다. 지금도 각 지자체는 물론, 기업체와 문화예술단체, 봉사단체 등이 재능기부를 통해 마을 곳곳을 형형색색 물들이고 있다.

▶지역의 한 화가는 칼럼에서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경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마을벽화 사업은 방범이나 폭력예방 효과를 보게 된 몇몇 사례를 제외한 대다수가 단순히 미관을 중시하는 전시행정의 하나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마을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펼쳐지고 있는 지자체의 벽화 사업. 하지만 곳곳에서 그림이 지워지거나 색이 바래고, 벽면이 손상돼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마을 환경개선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시각공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와 재능기부단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강동현·지역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