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안타왕'이 전하는 '50년 전 올스타전 혈투'

2015-06-29     연합뉴스

 

오늘날 미국프로야구(MLB) 올스타전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간 친선 경기에 가깝다.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투수가 올스타전에 나와 죽을 힘을 다해 공을 던지면 오히려 싫어한다.

‘야구행사’ 격인 올스타전에서 에이스 투수가 혹시라도 다치면 이후 팀이 꿈의 무대인 월드시리즈로 가는 길이 험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0∼1970년대 올스타전 분위기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인 4256개의 안타를 때린 피트 로즈(74)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현역 시절 겪은 올스타전의 살벌한 분위기를 전했다.

로즈가 속한 내셔널리그의 워렌 가일즈 당시 회장은 올스타전에 앞서 선수들을 불러모아 일장 연설을 했다.

연설의 요지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였다.

가일즈 회장은 얼굴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이 혈투에서 지면 내년에는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할 줄 알아’라고 선수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로즈는 “그는 올스타전이야말로 내셔널리그가 아메리칸리그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전세계에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집념도 대단했다.

1970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연장 12회. 두 팀이 4-4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로즈는 결승점을 따기 위해 홈플레이트를 향해 있는 힘껏 몸을 날렸다.

포수 레이 포시는 로즈에 세게 부딪혀 그라운드에 나뒹굴었고, 로즈는 결승득점에 성공했다.

고통을 호소한 포시는 병원에 실려가 어깨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메이저리그 유망주로 손꼽히던 포시는 부상에서 복귀한 뒤로는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로즈는 아메리칸리그팀 투수인 샘 맥도웰의 투구 스타일을 오랜 친구에게 물었다. 이 친구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이지만 올스타전에는 뽑히지 않았다.

‘강속구와 커브를 잘 던진다’는 것이 친구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막상 맥도웰과 상대한 로즈는 친구가 아메리칸리그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맥도웰이 시종일관 슬라이더로 자신을 상대한 것이다.

로즈는 “자신이 속한 리그의 승리를 위해 오랜 친구까지 속일 정도로 당시 두 리그의 경쟁 심리는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로즈는 1989년 신시내티 감독 시절 승부를 걸고 도박을 한 혐의로 그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영구제명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야구 실력만큼은 전설로 통한다.

그는 1963년부터 1986년까지 23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3562경기에 출장해 역대 최다인 4256안타를 쳤고, 통산 타율 0.303과 2165득점을 기록했다.

로즈가 출전한 17번의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는 단 한 차례(1971년)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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