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육사생도 U대회 참가

사관생도 박민희, 8일 여자 10m 공기권총 출전

2015-07-07     연합뉴스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사격 대회가 열리는 6일 오후 나주 전남종합사격장.

세계 각국 선수들이 쏘는 총소리로 가득 찬 사격장의 구석에서 이날 시합이 없는 미국 선수들은 조용히 장난을 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이 서양인인 미국 선수 중에는 동양인 여학생 한 명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생도인 박민희(20)다.

박민희는 미국 국가대표로 이번 대회 10m 공기권총에 출전했다.

그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났다. 박민희의 조부모는 아버지가 2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이후 아버지는 한국에서 자란 여성과 백년가약을 맺어 메릴랜드주에 살림을 차렸다.

박민희는 “부모님이 미국에서 결혼하면서도 한국식 혼례를 올렸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박민희는 미국 이름이 따로 없다.

그는 “부모님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라고 일부러 미국 이름을 안 지어주셨다”며 “실제로 내 이름이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살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인지 박민희의 한국어 실력은 해외에서 태어난 동포로는 놀라운 수준이다.

그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면서 영어로 인터뷰를 했지만, 중간 중간 섞어서 말한 한국어 발음과 문법에는 거의 어색함이 없었다.

박민희에게 이번 대회는 아주 특별하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4번째.

그는 “한국에 와서 정말 신이 난다”며 “미국 동료들에게 한국 문화와 음식 등에 대해 이것저것 소개해줬는데, 다들 신기해한다”고 전했다.

동료 중에는 최근 유럽에 배낭여행을 다녀온 선수들이 있는데, 박민희에게 ‘한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훨씬 친절하다’고 했다고 한다.

박민희가 웨스트포인트로 진학한 데는 직업 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육군 의무부대 대령이다.

박민희에게 사격은 사관학교 생도로서 의무이자 즐기는 스포츠다.

박민희는 “이번에 출전한 10m 공기권총과 웨스트포인트에서 쏘는 M16의 사격 방식은 기본적으로 똑같다”며 “권총을 배우기 전 내 M16 점수는 40점 만점에 25∼28점 수준이었지만, 권총 훈련을 하면서 M16 실력도 덩달아 늘어 최근에는 39점까지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8일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단체전에 출전한다.

박민희는 “금메달은 너무 큰 욕심인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내 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2년 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다. 첫 임관지가 한국이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