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의 운명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

2015-07-12     최창민
토종벌은 약 2000여년전 인도 북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래꿀벌로 불리며 베트남,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토종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0년 토종벌 에이즈라고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창궐해 산청 하동 함양 등 지리산을 비롯한 남부지방 벌 농가를 휩쓸었다. 전국에선 41만8000군(群)중 31만7000군 전체의 76%가 이 병에 걸려 폐사했고 도내에도 90%의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는 통계도 있다.

▶토종벌을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낭충봉아부패병의 범인은 꿀벌부채명나방이다. 명나방 유충이 벌 유충에 숙주하면서 스트레스를 주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죽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때 지리산 기슭 마을 곳곳에 놓여 풍취(風趣)를 자랑했던 벌통은 이제 쉽사리 찾아 볼 수가 없게 됐다.

▶최근 토종벌을 비롯한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기생충과 질병, 농약 사용이 원인이었다는 것과는 달리 ‘기후 변화의 영향’을 새롭게 지적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꿀벌들이 지구온난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주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제러미 커 교수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꿀벌의 서식지가 줄고 결국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의 멸종이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인위적인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위기감이 든다. 최창민 (창원총국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