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이수기 (논설고문)

2015-07-13     경남일보
최근 몇 주 동안 ‘배신’이란 말이 정치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면서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에게 격정과 분노를 쏟아냈고, 결국 의도한 대로 찍어냈지만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의 이마에 ‘배신자’란 ‘선명한 주홍글씨’를 써붙여 기어코 원내대표직에서 쫓아냈다.

▶의리를 저버리다 헌법보다 더 무섭다는 ‘괘씸죄’가 적용된 ‘배신자’에게 가장 혹독한 보복을 가하는 곳은 조폭의 세계라 한다. 조폭세계는 ‘조직의 지시에 복종한다’, ‘배신자는 끝까지 보복한다’ 등의 행동강령을 철저히 지키는 곳이다.

▶박 대통령의 심리 저변을 ‘배신 트라우마’가 휘감고 있다는 분석은 널리 회자돼 왔다는 말도 한다. 여당 지도자로 있던 시절을 언급,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여권 1위를 차지, 김무성 대표 18.8%보다 0.4%포인트 앞섰다. ‘깜짝 1위’는 “야당의 여권 분열 노림수”란 말도 있으나 단숨에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군 반열에 오르는 등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난 것을 고려하면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다. ‘왜 박대통령 주변은 배신자’가 그리 많은가?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