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 실종

이수기 (논설고문)

2015-07-20     경남일보
우리는 국회의원, 도의원, 기초의원 등 대표자를 뽑아 주권을 대신 행사하는 대의제 형식을 시행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어떤 사안의 정책이 있으면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협의, 즉 숙의(熟議)를 거친 뒤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숙의는 서로에게 깊이 있는 의견교환 작용을 원활히 하여 선동성과 폭력성을 사전에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모순, 갈등, 대립 등을 조화시킬 줄 아는 슬기를 가졌다고 해서 칭송을 받았다. 여야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생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에서 반대자라는 것은 큰 안목으로 보면 협조자이고 지지자이다. 서로 대립되는 사상과 의식이 부딪치는 그 역동성이야말로 창조의 활력도 될 수 있다.

▶여야가 사사건건 극한대결을 하다 보니 말을 이치에 맞거나 가리지 않고 함부로 하는 ‘어불택발(語不擇發)’만 난무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고질병 중 하나인 ‘막말’이 터져 나온다. 민주사회에서 건설적인 비판은 필수불가결하다. 야권의 입장에서는 거친 대여 공세가 필요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게다.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는 충분히 의사를 타진하고 상호 상이점을 완화, 계층 간의 상충요소를 해소하는 높은 지적 능력을 갖춘 방식이다.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아지면서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높은 단계인 ‘숙의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