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너무'도 허용

2015-07-22     허훈
◈말숲산책-'너무'도 허용


요즘 TV 시청자들은 색다른 느낌을 가진다. 프로그램 편성에서가 아니라 출연진들의 말과 그 말을 따온 자막에서다. 말과 글을 동시에 누리는 느낌은 그야말로 시원할 것이다. 듣는 걸 놓쳤다면, 눈으로 파악하면 되니까. 말과 글, 동시 방영은 보는 이들에게 그 내용을 알기 쉽게 해 호응을 얻는다. 방송국에서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한데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장면이 종종 비친다. 말 다르고, 자막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유행인 요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온다. 연예인들이 환한 웃음과 함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너무 맛있다’고 말을 하는데, 자막은 어김없이 ‘정말 맛있다’로 뜬다. 방송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가 범람하면서 빚어낸 오류다.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 맛있기 때문에 ‘정말(정말로) 맛있다.’로 수정한 것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지난 6월 15일자로 ‘너무’를 긍정적인 서술어와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전까지는 ‘너무’는 ‘너무 힘들다./너무 심하다./너무 밉다./너무 아프다./너무 부족하다./너무 늦다./너무 어렵다.’와 같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주로 쓰였다.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의 뜻풀이가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변경돼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처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어울려 쓸 수 있게 됐다. 이유는 현실 쓰임의 변화에 따라서란다. 그렇지만 필자의 머릿속엔 ‘너무’란 표현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판단으로 박혀 있다. 그래서 ‘너무 좋다.’나 ‘너무 예쁘다.’보다는 ‘정말 좋다.’나 ‘정말 예쁘다.’로 표현하고 싶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