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오뚜기' 유감

2015-07-27     허훈
◈말숲산책-오뚜기' 유감

‘오뚝 오뚝 오뚜기놈이/ 넘어질듯 비틀거리다가/ 여봐란듯이 일어나아네/ 세상살이 고달프다고 말만 많은 양반들아/ 오뚜기처럼 살아가소/ 빈털털이 단벌옷에 사랑을 하다가/ 실패를 해도 백절불굴 정신이라/ 어화 둥둥 내 사랑아/ 내 사랑이 돌아오네/ 오뚝 오뚝 오뚜기/ 오뚝 오뚝 오뚜기/ 오뚜기가 내 사랑일세.’ 1970년대 가수 김상범의 ‘오뚜기 인생’은 좌절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 ‘오뚜기 인생’ 가사를 곱씹으며 역경을 딛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곤 했다.

한데 노랫말에서 ‘오뚜기’란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빈털털리’도 ‘빈털터리’의 오기다. ‘오뚜기’ 표기는 옛 가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즘도 가게에 가면 볼 수 있는 식품명에도 ‘오뚜기’로 적혀 있다. ‘오뚜기’, 얼마 전 한 중앙 일간지에 기사처럼 꾸며진 광고란 제목이다. 그 신문 광고제목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뚜기’가 맞는 표기인 줄 알았을 것이다. 신문은 바른 언어를 구사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밑을 무겁게 하여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오뚝 일어서는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인 ‘오뚝이’가 인기를 끌었다. 쓰러졌다가도 다시 벌떡 일어나는 ‘오뚝이’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을 말하기도 했다. 불굴의 ‘오뚝이’를 ‘오똑이, 오또기, 오뚜기’ 등으로 잘못 표기하는 일이 종종 있다. ‘오뚝이’는 부사 ‘오뚝’ 뒤에 ‘-이’가 붙어 만들어진 말로 ‘오뚝이’와 같이 어원을 밝혀 적도록 되어 있다.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가계살림이 어려운 요즘이다. 그럴수록 ‘오뚝이’ 정신이 필요하다. ‘오뚝이 인생’은 예나 지금이나 본받아야 할 삶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