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정치판

이수기 (논설고문)

2015-07-29     경남일보
인생사에서 진짜로 친구 셋만 있으면 성공이란 말을 한다. 마음을 나눈 친구가 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는 말도 한다. 공자가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향기로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니, 이는 곧 그 향기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라 했다.

▶옛날 말로 ‘불구대천지(不俱戴天之) 원수(怨讐)가 아닌 바에야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사는 것이 좋다 했다. 하늘(천:天)을 같이(구:俱) 머리에 이고(대:戴) 살 수 없을 만큼 원한이 맺힌 원수, 즉 이 세상에서 같이 살 수 없으니 ‘네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결판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고 배척당하는 것이 요즘 정치판이다. 아무리 정치적 소신과 철학이 뚜렷하고 동기와 목적이 순수하다 하더라도 추구하는 수단과 방식이 배은망덕한 반정치 도의적 행태를 띠고 있다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장 친한 친구사이와 남녀 간의 사랑은 갈라서면 한순간에 불구대천지 원수가 되는 경우처럼 ‘공천에 잠 못 드는 금배지’들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이 통설처럼 돼 있다. 내년 4월 총선이란 결투의 시간이 다가오자 정당이나 이념에 따라 피아가 구별되는 것도 아니고, 정의나 명분에 따라 피아가 구별되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나의 공천과 당선에 도움이 된다면 친구라도 대립이 될 수밖에 없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