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행복한가

백승천 (진해경찰서 경무계장)

2015-08-02     경남일보
“다시 태어난다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살고 싶다.”

지난해 아내와의 여행길에 하동 ‘최 참판 댁’에서 본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글이다. 그 순간, 전쟁 통에 남편을 잃고 홀로 밤별을 헤야 했던 청상과부의 질곡 같은 삶이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

긴 외로움의 시간이 없었던들 그녀의 대작들이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을까.

당대 이름 떨친 문호였지만, 그녀의 이런 고백(?)을 듣고 나니 ‘이거 박경리 선생보다 내가 더 행복한 사람 아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고 보니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곁엔 늘 매미처럼 꼭 달라붙어 있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다. 그것도 남편이란 사내가 일을 잘하건 못하건 타박 한 번 하는 법 없으니 그런 아내와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허허….

탈무드에는 작은 집에 사는 것이 늘 불만인 한 농부의 얘기가 있다.

한날 랍비는 하소연하는 그에게 “집 안에서 염소를 키워 보라”하고 며칠 후 또다시 불평하니 “이번엔 닭을 함께 키워 보라”고 시킨다. 그것을 따라하던 농부가 며칠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따지자 랍비는 “이제 염소와 닭을 내쫓아라”고 한다.

염소와 닭을 쫓아내고 홀가분한 마음에 방바닥에 드러누운 농부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군!’ 예전에 비해 그의 집에서 변한 건 없었다. 다만 농부의 생각만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운전 중의 사소한 시비 끝에 남을 폭행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거나, 무슨 놈의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파출소 등 관공서에 찾아와 술주정을 부리고, 폭언과 행패 끝에 형사입건돼 후회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불교 법문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처럼 탈무드는 감정을 주체 못하는 요즘 이들을 위해 ‘네 생각부터 바꾸라’는 귀한 처방을 내린 게 아닐까.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황제가 “내 생애 행복한 날은 6일밖에 없었다”고 한 반면, 시각·청각 장애에 시달렸던 헬렌 켈러는 “내 생애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했다.

그럼, 나는 어느 쪽인가?
백승천 (진해경찰서 경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