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안성마춤' 쌀? 글쎄다

2015-07-29     허훈
◈말숲산책-'안성마춤' 쌀? 글쎄다

한 대형매장 쌀 코너에 들렀다. 그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쌀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진주의 ‘동의보감’ 쌀을 비롯해 ‘메뚜기쌀, 밥맛이거창합니다, 음악을 듣고 태어난 쌀, 생명환경쌀, 나비쌀, 한눈에 반한 쌀, 수호천사 건강미, 이천쌀’ 등등 다양한 브랜드 쌀을 보노라니 눈이 황홀할 지경이다.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쌀 브랜드가 2000여 가지나 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전국의 쌀 종류를 나열해 놓은 ‘쌀박물관(서울)’도 생겼다. 진열해 놓은 갖가지 브랜드 쌀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상표가 있다. ‘안성마춤쌀’이다. 비표준어 ‘안성마춤’ 때문이다.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를 의미하는 표준어는 ‘맞추다’이다. ‘문짝을 문틀에 맞추다.’와 같이 쓴다. ‘마추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따라서 ‘마춤’은 비표준어이고, ‘맞춤’이 바른 표기다. ‘맞춤 구두, 맞춤 가구’와 같이 적는다. ‘안성’에 ‘맞춤’을 덧붙여 ‘안성맞춤(安城-)’이란 말이 있다. 예전에 경기도 안성 지방에 유기(鍮器)를 주문하여 만들면 주문한 요구에 신통하게 들어맞았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써,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래서 ‘안성맞춤’은 ‘그 양복이 너한테는 딱 안성맞춤이로구나./혼자 살기에 안성맞춤인 오피스텔’ 등처럼 표현한다. 그런데도 ‘안성마춤’이란 표기를 서슴지 않으니 탈이다. 하물며 잘못된 표현인 ‘안성마춤’ 상표명까지 등장하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그날 필자는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성마춤’ 쌀로 밥을 지어 맛볼까 맘먹었지만, 구입하지 않았다. ‘안성맞춤’ 쌀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