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독(최영욱 시인)

2015-08-09     경남일보
독(毒) 
최영욱 시인



독사 한 마리 때려죽였다



그냥 보냈으면 좋았을 걸

옆집 할머니의 성화에

독을 품어 꼭 죽여야 한다는

재촉에 때려죽였다



혀가 있어도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해

생명을 저주한 독 한 덩어리 품고 있어

맞아 죽었다



독에 독을 품고 독살스레 살아도

스스로도 맞아죽지도 않는

독사보다 더 독살스런 놈이

독사 한 마리 때려죽였다



아, 내 안의 모진 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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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자의 권능에 도전한 천사 사탄, 여인의 발뒤꿈치를 물려하고

돌로 쳐 죽여도 면죄부를 받는 것은 분노의 한 말씀 때문일까, 천국의 옛 영화도

비상의 날개도 퇴화시켜 정갈한 독 한 방울로 견디는 원죄.

똬리를 틀고 열정과 오기를 정제시켜 세상의 가슴팍을 노리는 시 한편으로 카인의 후예들을

지금 마비시키고 있다. (주강홍 시인)


 
[주강홍의 경일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