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해인사

김상홍기자

2015-08-15     김상홍
 
최근 법보종찰 해인사의 사태를 지켜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정말 스님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해인사는 지난해 12월 법전 스님의 열반으로 해인총림의 최고 어른을 뽑는 방장 선출를 두고 후보로 거론된 대원, 세민, 원각 스님이 차례로 방장을 하기로 약속하고 각각 6년, 7년, 10년의 임기를 보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쓸렸다. 나중에는 원각 스님과 대원 스님측으로 양분되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그 결과 발표형식은 만장일치였지만 역대 산중총회에서 한번도 하지 않는 경선을 통해 해인총림 방장을 선출했다.

원각 방장 스님 선출 이후에도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등 해인총림 내부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여기에 해인사 A 스님이 동료 B 스님을 폭행해 경찰이 조사 중에 있다. A 스님과 B 스님은 조계종 내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종회의원이다. 급기야 해인사 주지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C 스님이 원각 스님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며 돈 선거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조계종 총무원에 제출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멱살만 안 잡았을 뿐 수준은 시정잡배 싸움과 다를 바 없다. 특히 한때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해 해인사를 바로 잡아보겠다면 뭉쳤던 그 스님들이 지금은 권력에 미쳐 날뛰는 모습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구태와 적폐의 불합리를 바꿔보겠다는 목적 하에 모인 스님들이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자리 다툼에 연일 폭로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은 법보종찰 해인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누가 방장이 되고 주지가 되는 문제만 있을 뿐이다.

해인사 정상화를 주장했던 스님들 역시 구태와 적폐를 동원한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를 겪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