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어서 오십시요'에 파리 날려

2015-08-03     허훈
◈말숲산책-'어서 오십시요'에 파리 날려

‘우리말 지킴이’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의 우리말 사랑은 대단하다. 특히 음식점에 들어서면 그의 끼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간판 상호는 물론 음식 차림표까지 세세히 들여다보며 잘못된 글을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그리곤 주인더러 고칠 것을 요구한다. 우리말뿐만 아니라 외래어 표기도 유심히 살핀다. 외래어라 할지라도 한글로 표기된 이상 맞춤법에 어긋나 있으면 어김없이 바로잡도록 지적한다.

한 음식점에서 입구 바닥 깔판에 적힌 ‘어서 오십시요.’란 글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했다. 며칠 지나서 다시 그 음식점을 방문한다. 올바르게 고쳐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어서 오십시요.’다. 그러더니 막 음식점으로 들어서는 일행을 붙들고 발걸음을 되돌린다. 지난번에 지적한 글귀를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음식점 주인은 이를 알아차린다.

미식가인 그는 여러 음식점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친구들도 많아서 음식점에서는 매상 쑥쑥 올려주는 고객으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틀린 낱말이나 잘못된 문구를 지적해주면 음식점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님 뚝 떨어진다. 결국 ‘어서 오십시요.’ 인사 글귀 깔판을 ‘어서 오십시오.’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었던 그 음식점은 고치기 전까지 파리 날리는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오’는 종결어미로 ‘어서 오시오./얼마나 심려가 크시오?’ 따위로 쓰인다. ‘-요’는 연결어미로 ‘이것은 말이요, 저것은 소요, 그것은 돼지이다.’처럼 쓰인다. 음식점 입구 깔판이나 각 명소 입구·출구 안내판 등에 ‘어서 오십시요./안녕히 가십시요.’로 표기돼 있다면 ‘어서 오십시오./안녕히 가십시오.’로 해야 맞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