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부실공사

2015-08-12     경남일보
부실공사

아무리 감리(監理)를 잘해도
물속에서는 힘든가 보다
그래도 베끼는 거보다야 낫다
황영자(시인)



비유의 수사법을 통해 표절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디카시다. 시는 언어예술로서 표현방법이 다를 뿐 조형예술인 건축과 일맥상통함을 시인은 알았던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단단한 주제를 정하여 기둥을 세우고 단계별로 벽돌을 올려 창문을 달아나가듯. 하지만 논문표절이 청문회의 주메뉴가 된 지 오래며, 최근 한 여류 소설가의 표절의혹으로 문학계가 충격에 휩싸이며 진통을 앓기도 하였다. 급기야 대학가에서는 블랙보드, 카피킬러 등 표절검사기를 도입해 도둑양심을 적발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2만 명 도래한 문학인들의 뒷덜미에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손이 슬금 올랐을 듯한데, 양심이 흔들리는 글은 부실공사보다 못함을 깨닫게 하는 글 앞에서 재건축의 의미를 되짚어볼 일이다. 누대로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