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징악 거리 먼 재벌·국회의원 甲질

이수기 (논설고문)

2015-08-20     경남일보
9세기 신라시대 때 형인 김방이는 몹시 가난했고, 아우는 부자였다 한다. 어느 해 방이는 아우에게 누에와 곡식 종자를 구걸하자 심술 사납고 성질이 포악한 아우는 누에와 곡식 종자를 삶아서 형에게 주었다. 이를 전혀 모르는 방이는 누에를 열심히 치고 씨앗도 뿌려 잘 가꾸었지만 실패했다. 하나 가난하지만 착한 형 방이는 보물 방망이를 얻어 큰 부자가 되고, 부자이지만 인색한 아우는 형을 따라하다가 오히려 망했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방이설화 내용이다.

▶방이설화는 흥부전의 근원 설화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제21대 임금인 영조와 제22대 임금인 정조 때에 씌어진 흥부전 소설은 오랫동안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나 작가와 정확한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흥부전에서 놀부가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얻어 심은 박을 캐니 박이 열릴 때마다 빚 받으러 온 노인, 놀부네 안방에 묘를 쓰겠다는 상제와 거지떼, 사당패들이 나오는 등 갖가지 이유로 놀부에게서 돈을 받아 돌아가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됐다.

▶드링크제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 회장 아들의 노트북 컴퓨터 파손 갑(甲)질을 비롯, 승무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국회의원의 청탁 갑질 등 특권층의 일탈 행동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일상사가 되고 있다. 재벌 갑질, 국회의원 자녀 취업특혜 등의 안하무인은 갑질을 해도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