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 간조(干潮)

2015-08-26     경남일보



 
간조(干潮)



달의 끌림에 의해 바닷물도

속내를 다 보여가며 스스로 길을 낸다

내 마음도

벌거숭이가 되어 너를 향해

사랑의 길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석현(시인)



Something에서 파생된 ‘썸’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썸남, 썸녀’, ‘썸을 타다’ 등등. 속내를 감춘 모호함을 지칭하는 말로서 데이트는 하지만 정식교제는 아닌, 호감은 있으나 사귀지는 않는 관계를 말한다. 불확실한 연애에 대한 두려움을 가벼운 표현으로 해소하려는 젊은 층들의 자기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반대로 속내를 다 보여가며 사랑의 길을 내는 시인이 여기 있으니 자꾸만 너에게로 기울어진다는데, 자꾸만 쏠린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미세한 떨림에도 소란해지는 이 맘을 어쩌란 말인가. 바닷물이야 하루에 두 번 길을 낸다지만 끊임없이 길을 내고 싶은 시인이여, 부디 죽도록 사랑하시라.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이병률-끌림)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