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안절부절못했지

2015-08-27     허훈
◈말숲산책-'안절부절못했지

‘한동안 뜸했었지/웬일일까 궁금했었지/혹시 병이 났을까/너무 답답했었지/안절부절했었지~.’ 50대 이후의 사람들은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 ‘한동안 뜸했었지’는 국민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조용한 노래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에 파격적인 가락과 재밌는 가사는 국민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각 악기 연주자들은 그 분야 최고로만 구성됐다는 후문이 나돌기도 했다.

“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후반부에 이르러 ‘안전부절했었지’란 가사가 나온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표현인 줄 뉘 알았으랴. 인기를 타고 무심결에 따라 부르던 노랫말의 틀린 표기가 국민들 뇌리에 올바른 표현인 양 안착해버린 것이다. “설마 잘못된 표현을 노래가사로 쓰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우리 대중가요 노랫말에는 틀린 말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강남 멋장이’가 그렇고, ‘~설레이는’이 그렇다. 선율에 맞춰 노래 맛을 살리다 보면 맞춤법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변명은 어문규범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안절부절하다’는 ‘안절부절못하다’의 잘못이다. ‘안절부절’의 뜻을 곰곰이 새겨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사인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의미한다.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다.’처럼 쓰인다. ‘안절부절못하다’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를 뜻하는 동사다.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다.”처럼 쓰인다.

요즘도 가끔 이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면 필자는 흥에 겨워 따라 부르게 된다. 하지만 ‘안절부절했었지’ 부분에서는 꼭 ‘안절부절못했지’로 바로잡아 부른다. 그것도 4번이나.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