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모정(母情)

2015-09-03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모정(母情)


쇠사슬보다 더 질긴

자유와도 바꿀 수 없는

배고픔마저 견디게 하는

-이상윤(1959∼)


피골이 상접한 어미의 모습에서 시적 감흥이 일렁인 것이리라. 제 속을 모조리 파먹히고도 저 어린 것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피붙이 향한 더운 심장을 누가 말리겠는가. 화자는 시의 행마다 말끝을 흐리고 만다. 그 마음이 읽히는 걸 보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이겠다. 1초에 2.5명, 1분에 150명이 태어나 이 땅 70억 목숨이 모두 여자에게서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女’에 젖가슴을 나타내는 두 개의 점이 붙어 어미 ‘母’ 형상이 되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젖물림을 뜻하는데. 아! 나는 왜 그 젖 빨던 힘으로 아직도 어머니 속을 파먹고 있는 것이냐. 누가 후비기에 내 속은 때로 이리 쓰리단 말이냐. 속을 파먹힌 여자! 우리의 어머니가 조용히 몸피를 줄이며 사는 곳으로 사이사이 바람이 불고 가을이 저만치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