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결재' 부하, '결제' 상사

2015-09-07     허훈
◈말숲산책-'결재' 부하, '결제' 상사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결재’와 ‘결제’ 행위를 한다. 상사한테 서류 ‘결재’를 올릴 때면 긴장, 불안, 짜증의 연속이다. 혹여 상사 맘에 들지 않아 꾸지람이 떨어지면 스트레스 엄청 쌓인다. 상한 기분을 달래려고 퇴근 후 동료나 후배와 함께 술자리를 가진다. 그곳에서는 어김없이 상사를 안주 삼아 스트레스를 푼다. 자리를 파할 때쯤 선뜻 카드 ‘결제’를 하고 우쭐대며 음식점 문을 나선다. 결재 받을 때의 불안한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카드 결제 때는 위풍당당하다. 이처럼 ‘결재와 결제’는 사람의 기분을 확 뒤바꿔 놓곤 한다.

‘결재와 결제’는 뜻이 다르고, 쓰임이 다르지만 잘못 혼동하여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음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재(決裁)’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락하거나 승인하는 것을 뜻한다. ‘결재 서류, 결재가 나다, 결재를 받다, 결재를 올리다’ 등으로 쓰인다. ‘결제(決濟)’는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을 의미한다. ‘결제 자금, 어음의 결제, 회식비를 카드로 결제하다’ 등과 같이 쓴다.

즉 ‘결재’는 상관과 부하의 전제가 따르고, ‘결제’는 증권이나 돈이 개입해 이뤄지는 행위라 보면 구분하기 쉽다. 결재를 올릴 때 바로 결재가 나면 기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럴 때 상관이 부하 직원의 속상한 맘을 다독여 주는 자리를 마련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회식비를 결제하는 상관 앞에 서운했던 감정은 한순간 사라지고 결재 스트레스는 사그라진다. 카드 결제를 외면하는 상관은 부하 직원들의 안줏감으로 잘근잘근 씹히기 십상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