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딱 고개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5-09-08     경남일보
“물이 몇 방울 더 많으냐, 적으냐로 나폴레옹의 운명이 갈렸다. 하늘을 가로질러 간 때아닌 구름 한 조각도 세계 하나를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문장 한 토막이다.

▶18만여 명의 군사를 동원, 일전을 준비하던 나폴레옹은 워털루 낮은 구릉, 사자의 언덕에서 진격을 멈춘다. 때마침 내린 비로 땅이 질척였기 때문이다. 그 틈을 타고 프러시아군은 반격의 기회를 맞았고 나폴레옹은 6만의 군사를 잃고 패퇴했다. 비가 유럽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1895년 6월17일과 18일 이틀이 역사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연합군이 승리한 워털루전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임기의 전환점을 돌면서 환대하는 시민들로부터 마음껏 기를 받았다. 대통령의 대구 발언은 그래서 큰 의미를 갖는다. 등산을 할 때 한계를 느끼는 고비가 있는데, 그것을 ‘깔딱고개’라고 한다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고개만 넘으면 정상이 보인다는 의미이다.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나폴레옹이 범한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세인트 루이스섬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나폴레옹에게는 사자의 언덕이 깔딱고개였던 셈이다. 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십년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깔딱고개는 언제 넘을지.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