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을 범한 침묵의 공간 '주차장'

진주 사진갤러리 루시다, 김혜원 작가 초대 사진전

2015-09-17     곽동민
아름다운 우리 강산 속을 기어이 파고든, 딱딱하고 이질적인 야외 주차장을 촬영한 색다른 시선의 사진전이 진주에서 열린다.

진주의 사진전문 갤러리 루시다는 오는 10월1일부터 31일까지 김혜원 작가의 ‘34개의 야외 주차장’ 전시를 연다. 초대일은 10월 3일 오후 2시.

사진과 문학을 오가며 이미지와 텍스트의 다름과 닮음을 비교하던 김혜원 작가는 그동안 ‘용담댐’과 야외주차장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손길이 변화시키는 풍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사진가다.

작가는 전시 제목인 ‘34개의 야외 주차장’을 에드워드 루샤(Edward Ruscha)의 다섯 번째 사진집 ‘34개의 주차장, 1967’에서 빌려 왔다. 그러나 ‘34개의 야외 주차장’은 오히려 루샤의 ‘34개의 주차장’에 대한 비평적 입장에서 출발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34개의 야외 주차장’은 주차장을 그저 연구 대상으로 바라본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땅’과 ‘땅’을 둘러싼 시대 환경을 기록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시작했다.

유원지의 텅 빈 야외 주차장을 통해 여가 문화 공간 속 한국적 풍경의 현주소를 말하고자 한 것. ‘땅’이라는 ‘자연’ 경관을 아스팔트나 시멘트나 철판, 직선과 화살표라는 기호의 ‘인공’ 경관으로 변화시켜 놓은 자연 속 야외 주차장은 환경 파괴와 소비 문화라는 사회문화적 현실을 극명하게 말해 주는 한 표지가 된다고 설명한다.

김혜원 작가는 “가급적 동일한 촬영 조건을 유지하면서 조형적이고 미니멀한 이미지의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의도함으로써 프로파간다를 넘어선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에 서고자 노력했다”며 “리얼리티와 일루전, 그들의 길항과 균형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주차장. 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우리 땅과 자연에 대한 연민 느낄 수 있는 사진전. 올 가을, 여행지로 떠나기 전 한번쯤 들러보면 어떨까.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