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한가윗날에 '부쳐'

2015-09-21     허훈
◈말숲산책-한가윗날에 '부쳐'

‘추석’ 하면 즐거운 추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너도나도 추석을 기다린 이유는, 그날만큼은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 ‘등 다습고 배부른’ 만큼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게다가 새 옷과 새 신발을 사고, 용돈까지 손에 쥐니 추석은 동심을 넉넉하게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돌멩이로 묵은 때를 빡빡 밀어 벗겨내는 목욕도 추석을 앞두고 행하는 연례행사의 하나였다. 추석날 밤하늘에 걸린 보름달은 어찌나 밝던지, 가로등 불빛은 맥을 못 췄다. 1960년대 말, 맞이했던 추석 단상을 그려봤다.

‘한가윗날에 부쳐’ 생각을 적다 보니, ‘부치다’와 ‘붙이다’의 쓰임새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진다. ‘부치다’는 ①힘이 부치는 일이다.(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 ②편지를 부친다. ③논밭을 부친다.(농사를 짓다.) ④빈대떡을 부친다.(음식을 익혀서 만들다.) ⑤회의에 부치는 안건(어떤 문제를 다른 곳이나 다른 기회로 넘기어 맡기다.) ⑥인쇄에 부치는 원고 ⑦삼촌 집에서 숙식을 부친다.(먹고 자는 일을 제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다.) 그리고 제목의 ‘한가윗날에 부쳐’와 같이 어떤 행사나 특별한 날에 즈음하여 어떤 의견을 나타내는데 사용한다.

‘붙이다’의 뜻은 ①우표를 붙이다.(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 ②흥정을 붙인다.(싸움이나 흥정을 들어 어울려 맞붙게 하다.) ③불을 붙인다. ④감시원을 붙인다.(도우미를 딸리게 하다.) ⑤책상을 벽에 붙였다.(사물이나 신체의 일부를 가까이 닿게 하다.) ⑥조건을 붙인다. ⑦취미를 붙인다.(취미나 흥미를 마음에 당기게 하다.) ⑧별명을 붙인다.(무엇에 이름을 지어 달다.) 등이다. 잘 익혀 적절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