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백승천 (진해경찰서 경무계장)

2015-09-29     경남일보

대한민국 헌법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2조 제3항, 제16조 제2문)

이런 내용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며 기존 ‘수사기관’이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던 것을 5·16 군사정변 이듬 해 국가재건최고회의 주도로 행한 ‘제5차 개헌’에서 일제잔재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검사’만 청구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물론 서구국가들과 같이 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소는 검사가, 재판은 법원이 하는 사법의 3권 분립이 국민 권리보호에 가장 이상적이지만 일제가 조선 식민지 지배를 위해 소수의 검사를 정점으로 수사권을 장악하던 형사절차가 1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헌법 조문을 두고 기관 간의 권한을 배분하고 검사를 거치게 함으로써 인권보장에 충실하기 위함이라 하나 기소기관인 검사에게 영장청구권까지 독점시키는 게 권한배분이고 군사정변의 와중에 행한 이런 개헌을 인권보장을 위한 것이라니 난센스(nonsense)가 아닐까?

이런 제도로 인해 모든 수사기관은 영장을 신청하는 수사초기부터 자연히 검사의 통제에 들어감으로써 사법부를 자유로이 수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고 그로 인해 수사 영역에서 사법부 그들만의 성역이 만들어지게끔 한 장치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전관예우’, ‘전화변론’은 아직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는 말들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보고서에도 우리 국민의 사법제도 신뢰도가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로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 태종의 정관정요에서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는데 OECD 보고서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들도 조차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알 정도로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법(法)이 공평과 공정을 갖지 못하면 그것은 특정계층의 도구인 ‘악(惡)’으로 전략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헌법이 자꾸만 그러한 시비에 휩싸인다면 국가 최고규범으로써 체면이 말이 아니다.

부끄러운 제도, 부끄러운 사법비리, 이제는 바꿔야 할 만큼 국민의식도 성숙하지 않았을까?

백승천 (진해경찰서 경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