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주바안'

모제스 싱 감독·제작자 구니트 몽가 기자회견 가져

1970-01-01     연합뉴스

“노래 한 곡 하세요.”

제작자의 즉석 요청에 아름다운 여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은 나의 예술, 음악은 나의 집, 음악은 나의 마음”이라는 가사로 이뤄진 노래를 한 곡 멋지게 불렀다.

이들은 인도 영화계의 영향력 큰 여성 제작자 구니트 몽가와 주연배우 사라 제인 디아스 등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주바안’의 주역들이다.

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독 모제스 싱, 배우 비키 카우샬, 라가브 차나나, 프로듀서 샤안 비아즈, 음악감독 아슈토시 파탁 등 ‘주바안’ 팀은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부산에 오게 돼 신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영화로 장편 연출에 데뷔한 싱 감독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정말 좋은 플랫폼을 부산영화제에서 우리에게 줘서 큰 영광이고 앞으로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든 싱 감독은 인도 TV 작품 여러 편의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아 경력을 쌓고 나서 2004년 영화계로 옮겨 갔다. 이후 단편 ‘화이트 노이즈’를 쓰고 연출했으며 ‘페들러스’, ‘하람코르’ 등 독립영화 2편의 공동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대도시로 올라간 인도의 젊은이가 성공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나가다가 성공의 문턱에 서서 진정한 행복과 자아에 대한 의문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싱 감독은 “이 이야기를 만들고자 12∼13년 전 뭄바이로 향했고 결국 7∼8년 걸려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인생에서 행복하려면 자신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주인공 딜셰르를 연기한 비키 카우샬에게 이 영화는 첫 번째 출연작이다. 두 번째로 출연한 ‘마산’은 ‘주바안’보다 먼저 공개돼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주바안’과 함께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에 배우 출신인 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은 “어떻게 그렇게 작품을 잘 골랐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강 위원장은 여배우 디아스를 향해서도 “무척 아름답고 재능 있는 배우라 어제부터 옆에서 떨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에 카우샬은 “영화가 내게 찾아왔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운이 좋았다”며 “부산에 두 편이 함께 오게 돼 꿈을 꾸는 듯이 기쁘고 축복받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어 “삶의 방향과 가치, 믿음을 잃은 사나이가 힘든 여정을 떠나는 터라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내면의 여정을 중심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구니트 몽가는 제작 작품 9편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최근작 ‘마산’으로 칸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바 있다. 미국의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한 여성 톱12’에 선정되기도 했다.

 몽가는 “주바안은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며 “볼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의 요소를 넣으면서도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도록 영화에 이야기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몽가는 영화를 통해 영화인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고 있다는 데 싱 감독과 의견을 함께했다.

 그는 “이제까지 제작한 영화들이 전 세계에서 관심과 인정을 받았으므로 다시 인도로 돌아가 인도에서도 인정받고 싶다”며 “나도 프로듀서로서 자아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바안’은 음악과 춤, 멜로, 권선징악의 메시지 등 볼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더 젊게, 현대적으로 변형을 시도했다.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에서 싱 감독과 파탁 음악감독은 시크음악과 같은 인도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팝적인 요소를 한데 모았다. 시바신의 파티처럼 연출된 아미라 동생의 추모식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싱 감독은 “신이 현실에 내려와 그 순간에 들어와 있는 분위기의 파티를 만들어 주인공이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을 발견하도록 했다”며 “환생이라는 힌두교의 중심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싱 감독은 “젊은 세대의 문화는 확장되고 있고 영화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음악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제목 ‘주바안’은 ‘입’, ‘언어’, ‘약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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