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알츠하이머

2015-09-30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알츠하이머
 


저 등불이 꺼지는 순간
내 기억은 어둠 속으로

점점 사라지고
불쑥 다가오는 치매.
-이시향(시인)


최근 기억부터 점점 사라진다는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환상과 환청, 기억상실,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12분에 1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40~50대의 젊은 나이에도 진단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말이면 나는 요양병원을 찾는다. 202호 입구에 꼬리표처럼 붙은 노모의 이름을 볼 때면 마치 우리가 비밀히 작성한 추방서 같다는 생각에, 그녀의 ‘지금’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크다. 차츰 소멸해 가는 기억의 끝에서 나를 아는 것 같기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데, 반 평 침대에 누운 노모가 희미한 웃음으로 오랫동안 내 눈을 맞춘 날이면 돌아와 나는 불면의 밤을 보내곤 한다. 지금쯤 저 등불의 잔상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까. 곧 찬이슬 내리기 시작인데.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