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룰 싸움보다 선거구 획정이 먼저다

2015-10-01     경남일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안에서 첨예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의원총회는 친박 대 비박 간의 사활을 건 격론장이 되고 말았다. 내년 4·13 총선공천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 간에 쌓인 그간의 불신과 불화까지 겹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박근혜-김무성 간 공천전쟁’처럼 보이면서 앞당기는 화약고가 돼 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친박과 비박 간에 후보를 뽑는 방식과 수단을 놓고 싸우는 것 같지만 실상 초점은 공천권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국내를 비운 틈에 김 대표가 공천 룰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데 대해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감에다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 ‘5대 우려론’을 펴며 김 대표를 작심 비판한 것도 청와대 안의 불쾌한 분위기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갑자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은 청와대의 속내를 확실히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야 대표 간의 이번 합의가 성급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선거구 획정이나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 보다 큰 틀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내년 총선 공천권을 놓고 당내외를 불문하고 사생결단을 벌이는 것을 보면 실로 한심하다. 여권 내 갈등을 첨예화시킨 ‘안심번호 공천제 룰 싸움’보다 농어촌지역의 초미의 관심사인 선거구 획정부터 먼저하라. 김·문 대표는 선거구 획정·지역 및 비례대표 비율 등 ‘제 살 깎기’ 개혁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