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의 위기

박철홍기자 (지역팀장)

2015-10-04     박철홍
18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이 걸음마도 떼기 전에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의 4가지 핵심기술이 목표 시점까지 확보될 가능성의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가 미국으로부터 4개 핵심기술의 이전을 거부당한 사실은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국정감사가 아니었다면 언제까지 감춰졌을지 모를 일이다.

공군은 이들 4개 핵심기술을 받지 못해도 KF-X 사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청와대는 지난달말 방사청에 사업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KF-X 개발 사업은 출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방사청은 지난 2013년 차기 전투기 사업 경쟁 때 F-35A를 제안한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절충교역(기술이전 요구) 협상을 벌였다. F-35 40대를 들여오기로 한 데 대한 반대급부 요청이었다. 방사청은 이때 한국형 전투기 개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으나 실상은 달랐다. 당시 록히드 마틴은 제안서에서 미국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하는 핵심기술의 이전을 거부했다. 결국 미국은 지난 4월 4개 핵심 기술 이전 불가를 통보했다. 이 기술들은 첨단 전투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그것 없이는 전투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알려져있다.

방위사업청이 처음부터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여기에다 미국이 이전할 것으로 알려진 21개 기술도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제라도 꼬인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