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한글날을 생각한다

2015-10-07     허훈
◈말숲산책-한글날을 생각한다

오늘은 훈민정음 반포 569돌이 되는 한글날이다. 오늘만큼은 세종대왕께서도 흡족해 하실 것이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와 함께 신문, 방송 등 매스컴에서도 한글을 기리는 말과 글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성덕과 위업을 추모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선양하기 위해 지정됐다.

해마다 이날을 맞아 정부, 학교, 민간단체 등에서는 한글 제정을 경축하는 각종 기념행사와 학술대회, 백일장을 거행하며 세종대왕의 높은 뜻과 업적을 기린다. 또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 말하기 대회, 경필대회 등 각종 경시대회가 열려 외국인들의 한글 사랑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한글날을 맞아 나라의 말글살이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문제는 외래어(외국어) 범람 속에 우리말 글 사용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거리의 얼굴이라 일컫는 간판상호는 물론이고 아파트 이름까지 외래어 일색이다. 나아가 기업체 명칭과 상품명에도 외래어 표기를 앞세운다. 국민의 언어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매스컴도 외래어 칠갑이다. 이곳이 정녕 한국인가를 착각할 정도다.

그래도 위안 삼을 일은 있다. 우리말 글 관련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한글학회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이다. ‘숲속의 산새 둥지’, ‘우리옷 고우리’, ‘뚝배기 탁배기’, ‘글나래’를 비롯해 지난해 으뜸상 ‘햇살한점 바람한쌈’ 등 아름다운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가. 불현듯 전국적으로 번졌던 우리말 이름 짓기 열풍이 떠오른다. 국어사전을 시처럼 읽다 가신 ‘혼불’ 작가 최명희 선생도 생각난다. 우리말 글에 꽃심을 심고 불어넣는 한글날이 돼야 한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