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오랫동안' 이별, '오랜만'의 재회

2015-10-19     허훈
◈말숲산책-'오랫동안' 이별, '오랜만'의 재회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날아갈 듯 반갑고 기쁠 것이다. 그동안 못 다한 회포를 풀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오랜만’을 종종 ‘오랜동안, 오랫만’으로 잘못 적어 그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고 있다.

‘오랫동안’의 뜻은 시간상으로 썩 긴 기간 동안을 의미하는 합성어다. 이때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이유는 [-래똥-/-랟똥-]으로 소리 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드디어 결심했다.”, “그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한 여선생을 오랫동안 먼발치에서 혼자 좋아해 왔었다.”

또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로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의미한다. “철수는 오랜만에 고향 사람을 만나자 너무 반가웠다.”, “그를 오랜만에 만나 지나간 회포를 풀었더니 피로감이 밀려오는군.” 그렇다면 “이렇게 누굴 기다려 본 것은 참 (오랜만의/오랜만에) 일이다.”에서 어떤 게 맞을까. ‘일’은 ‘오랜만’의 수식을 받는 구조이므로,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는 조사 ‘의’를 써서 ‘오랜만의 일’로 써야 한다. ‘오랜만에’를 쓰고자 한다면 ‘이렇게 누굴 기다려 본 것은 참 오랜만에 일어난 일이다.’로 해야 한다. ‘오랜만에’는 부사격 조사 ‘에’가 결합해 용언을 수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오랫동안, 오랜만’을 ‘오랜동안, 오랫만’으로 잘못 표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오랫동안 이별, 오랜만의 재회’를 잘 기억하면 된다. 또 ‘오랜’은 관형사로 ‘이미 지난 동안이 긴’을 뜻한다. “장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눈대중만으로도 정확한 치수를 알 수 있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