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부부

2015-10-21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부부

둘이 한 곳을 바라보며 걷는 저

꽃 같은 삶을 보라

저, 어여쁜 평생을 보라!

둘레가 다 자잘하게 피는 행복이다



- 손수남(시인)

여기, 가을 들판이나 산기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부쟁이가 시가 되었다. 시란, 알고 보면 ‘무엇을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가 관건이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은 마음이란 게 있어서 시인이여, 불쑥 속살의 마음을 보이기 마련인가. 겹친 듯 어우러져 마치 한 곳을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를 통해 평생을 꽃처럼 살고자 했던 그대와의 그때가 잠시 오버랩되는 것이다.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면서 하나(1)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일생의 반려자로 만나 서로의 본분을 다하며 살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 아니기에, 아담에게 하와를 만나게 한 신의 뜻을 한 번 헤아려볼 일이다. 서로 돕는 배필로 짝 지어 주었음을 기억하는 순간 행복 시작이 아닐까.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